극장에서 휴민트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최근 종영한 드라마 김부장이었거든요. 두 작품 모두 평범해 보이는 인물 뒤에 위험한 과거를 숨기고 있다는 설정인데, 막상 비교해보니 지향하는 지점이 꽤 달랐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이번엔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보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첩보액션인데 총보다 정보가 무섭다제가 직접 보고 왔는데, 휴민트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휴민트(HUMINT)란 Human Intelligence의 약자로, 사람을 통해 수집하는 인적 정보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HUMINT란 위성이나 전자 장비가 아닌 실제 현장에 심어둔 정보원, 즉 스파이를 통해 얻는 첩보 방식을 뜻합니다. 영화의 제목이 곧 이 작품의 핵심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블라디보스토..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끼를 다 보고 나서 딱 그랬습니다. 닫힌 마을 하나가 어떻게 한 사람의 손 안에서 굴러가게 됐는지, 그 과정이 소름 돋을 만큼 촘촘하게 설계된 영화였습니다. 단순한 스릴러를 기대하고 봤다가 인간의 욕망과 신앙, 집단심리가 뒤엉킨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폐쇄된 공동체,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저는 이장 천용덕이 그냥 탐욕스러운 악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는 단순히 돈을 빼앗은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의존을 설계한 인물이었습니다.영화에서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개념이 바로 폐쇄적 공동체(Closed Community) 안에서의 권위 구조입니다. 여기서 폐쇄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