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범죄 영화라길래 쫓고 쫓기는 액션 위주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2010년작 는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 검사, 기업인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부패 구조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범인을 잡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사건을 이용하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습니다. 류승범과 황정민, 누구 하나 밀리지 않는 연기 대결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또 한 번 느낀 건 "류승범은 역시 류승범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주양 역을 맡은 류승범 배우는 능청스러움과 광기를 동시에 품은 캐릭터를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 냈습니다. 특히 본인의 친형인 류승완 감독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한 애드리브 장면들은, ..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한 영화가 더 재미있을까요, 아니면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끝까지 헷갈리는 영화가 더 오래 남을까요? 저는 2006년 개봉한 한국 범죄영화 을 본 뒤 이 질문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류승범과 황정민,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만으로도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빼앗기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연기력 - 류승범과 황정민, 두 짐승의 충돌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류승범은 역시 류승범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당연히 황정민이었고요. 두 배우의 연기를 두고 흔히 '캐릭터 소화력'이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서 캐릭터 소화력이란 배우가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의 내면과 행동 방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OTT로 가볍게 틀었다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으니까요. 허진호 감독의 2007년 영화 은 시한부 환자들이 모인 요양원을 배경으로,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떠올린 건 다름 아닌 지금의 아내였습니다. 요양원이라는 배경, 그리고 간경변 판정영화는 클럽을 운영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영수가 간경변(肝硬變) 판정을 받는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간경변이란 오랜 음주나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간 조직이 굳어 제 기능을 잃어가는 만성 질환으로, 진행될수록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영수는 주변에 유학을 간다고 둘러대고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조용히 들어갑니다.저도 처음엔 ..
솔직히 저는 나홍진 감독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습니다. 곡성 이후 10년, 기다리다 지쳐 반쯤 잊고 지낼 무렵 600억 규모의 크리처 SF 영화 호프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언론 시사회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보러 가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직접 발품 팔아 모은 정보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0년 공백, 호프가 나오기까지의 배경나홍진 감독은 추격자, 황해, 곡성 세 편만으로 이미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습니다. 그런 감독이 10년 동안 스크린에서 사라졌다는 건 영화 팬 입장에서 꽤 답답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곡성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충격의 여운이 10년을 버텨준 셈입니다.호프는 황정민,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하는 한국 영화 최초의 글로벌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