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나오면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2015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 1,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흥행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입니다. 군인 집안에서 자란 저로서는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화면 속 독립운동가들의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제강점기, 영화가 고른 가장 어두운 시간혹시 일제강점기가 35년 내내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하시진 않나요? 저도 학창 시절에는 막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크게 3기로 나뉩니다.1기(1910~1919)는 무단통치 시대입니다. 여기서 무단통치란 헌병 경찰이 총칼을 차고 민간인을 직접 억압하던 방식, 말 그대로 법보다 폭력이 앞서던 체제를 의미합니다. 1919년 3·1운동이 만주,..
임진왜란 개전 단 20일 만에 왜군은 수도 한양을 점령했습니다. 그 기세로 바다까지 장악하려던 순간, 이순신 장군이 나섰죠.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한 명의 전략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학익진, 교과서 밖에서 만나다위인전에서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날개를 펼친 모양의 진형'이라고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실제로 학익진(鶴翼陣)이 펼쳐지는 장면을 보는 순간, 그 전술이 얼마나 정밀하고 위험한 도박이었는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학익진이란 함선들을 학이 날개를 펼친 형태로 넓게 배치해 적을 반원형으로 포위하는 해전 전술입니다. 쉽게 말해 적의 배를 가운데로 유인해 사방에서 화포를 집중 사격하는 방식인데, 이 진형이 성공하..
범죄도시 5편 촬영이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3년 만의 귀환인데, 이번엔 단순한 속편이 아닙니다. 시리즈 전체의 판이 바뀌는 2부의 시작이라고 하죠. 저희 부부는 매번 개봉 첫날 연차를 내고 극장을 찾는데, 이번 소식을 듣고 나서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뭔가 달라진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과연 반가운 변화일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부 변화 - 웃음을 걷어낸 자리에 무엇이 오나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제 공식적으로 1부(1~4편)와 2부(5~8편)로 나뉩니다. 마동석이 직접 기획·제작·각색에 모두 참여하면서 2부의 장르를 액션 스릴러로 못 박았는데, 여기서 액션 스릴러란 단순히 "더 어두운 액션"이 아닙니다. 긴장의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의미죠. 1부가 주먹 한 방으로 모..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흔한 조폭 느와르물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과 우정과 평화'라는 조직 이름이 나오는 순간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해 진한 여운으로 끝나는 영화, 거룩한 계보입니다.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사람 냄새가 났습니다제가 직접 봐서 하는 말인데, 이 영화는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조폭 느와르(noir)라는 틀 안에 코미디를 밀어 넣은 구성인데, 여기서 느와르란 범죄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운명적 비극을 그리는 영화 장르를 뜻합니다. 보통 이런 장르에서는 묵직한 긴장감이 기본값인데, 거룩한 계보는 그 기대를 보기 좋게 흔들어 놓습니다.예를 들어 교도소 탈옥을 계획하는 장면에서 담장을 몸으로 부수겠다..
'또 독립운동 영화구나' 하고 반쯤 건성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인트로 시퀀스가 끝나기도 전에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2016년작 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첩보 누아르인데, 화려한 액션보다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과거 직업 군인으로 복무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국가와 공동체를 지킨다는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조금은 다른 결로 와닿은 작품이었습니다. 1920년대 의열단, 영화가 선택한 역사적 배경의 배경은 단순히 '일제강점기'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는 1923년 의열단의 황옥 경부 폭탄 반입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의열단(義烈團)이란 1919년 만주 지린성에서 약산 김원봉이 조직한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로, 직접적인 폭력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허리케인에 해일에 상어까지라니, 그냥 자극적인 조합이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2026년 넷플릭스 공개작 은 재난과 크리처 공포를 결합한 작품으로,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 모성애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허리케인과 해일, 그 안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가 이 장르에서 늘 먼저 보는 건 스펙터클보다 사람입니다. 폭발이나 파도가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그 앞에 선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진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작은 해안 마을입니다. 초강력 허리케인이 상륙하면서 주민 대부분이 대피하지만, 사정상 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톰 서지(Storm Sur..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 집에서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토이 스토리를 봤습니다. 우디가 버즈를 질투하고, 버즈는 자신이 진짜 우주전사가 아닌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그 장면에서 뭔가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그 시리즈가 5편까지 왔습니다. 이번 편에서 밝혀진 이스터에그와 숨겨진 서사들, 그리고 기술과 인간성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이스터에그와 신규 캐릭터의 숨겨진 설정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편이 사실상 1편의 리부트 구조라는 감독의 발언을 듣고서야 릴리패드라는 캐릭터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앤드루 스탠턴 감독은 릴리패드가 버즈 라이트이어의 형제와 같은 존재라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1편에서 앤디의 최애 장난감이었던 ..
솔직히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소리 내서 웃었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 세트장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미니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또 새로워서요. 2010년 슈퍼배드로 시작해 16년간 이어온 프랜차이즈의 최신작 '미니언즈 & 몬스터즈', 아직 개봉 전이지만 벌써부터 온 가족과 극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예고편에서 확인한 것들 - 1920년대 할리우드와 미니언들제가 처음 예고편을 클릭했을 때, 화면 가득 펼쳐진 흑백 필름 시대의 세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번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영화사(映畫史) — 즉 영화가 탄생하고 발전해온 역사 — 를 애니메이션 안에 녹여낸 설정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미니언들은 이번에 단순한..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갔다가 본인이 더 울었다는 부모님들, 한 분이 아닐 겁니다. 저도 2024년에 세 딸 손 붙잡고 사랑의 하츄핑 극장판을 보러 갔다가, 어느새 제가 먼저 이야기에 빠져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사랑의 하츄핑 2편, 고래보석의 전설 예고편을 보고 나니 8월 5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전작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담긴 예고편이었거든요. 예고편 분석 - 이번엔 진짜 많이 풀렸습니다일반적으로 극장판 예고편은 핵심 장면을 최대한 숨기는 방향으로 편집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고래보석의 전설 예고편은 제가 경험한 여느 애니메이션 예고편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스토리의 기둥이 되는 장면들이 꽤 구체적으로 풀려 있어서, 보는 내내 "이 정도면 줄거리 절반은 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독교 신자도 아닌 제가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오래전부터 꽤 진지하게 빠져 있었거든요. 종교적 믿음 때문이 아니라, 약자가 강자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워 이기는 그 구조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박보검 배우가 성인 다윗 더빙을 맡은 애니메이션 영화 다윗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망설임 없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다윗과 골리앗, 기적이 아니라 전략의 이야기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저서에서 다룬 다윗과 골리앗 재해석이었습니다. 글래드웰은 이 이야기를 단순한 기적으로 보지 않고, 원거리 타격 전술의 우위로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다윗은 처음부터 근접전을 피하고 물매(sling)라는 장거리 무기를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