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범죄 영화라길래 쫓고 쫓기는 액션 위주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2010년작 는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 검사, 기업인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부패 구조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범인을 잡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사건을 이용하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습니다. 류승범과 황정민, 누구 하나 밀리지 않는 연기 대결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또 한 번 느낀 건 "류승범은 역시 류승범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주양 역을 맡은 류승범 배우는 능청스러움과 광기를 동시에 품은 캐릭터를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 냈습니다. 특히 본인의 친형인 류승완 감독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한 애드리브 장면들은, ..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한 영화가 더 재미있을까요, 아니면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끝까지 헷갈리는 영화가 더 오래 남을까요? 저는 2006년 개봉한 한국 범죄영화 을 본 뒤 이 질문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류승범과 황정민,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만으로도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빼앗기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연기력 - 류승범과 황정민, 두 짐승의 충돌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류승범은 역시 류승범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당연히 황정민이었고요. 두 배우의 연기를 두고 흔히 '캐릭터 소화력'이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서 캐릭터 소화력이란 배우가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의 내면과 행동 방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영..
2005년 개봉한 영화 는 복싱이라는 소재를 빌려 두 남자의 인생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작품입니다. 류승범과 최민식, 각자의 방식으로 바닥을 치는 두 인물이 결국 같은 링 위에서 맞붙는 구조를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류승범이 만든 유상환, 그 체감의 차이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류승범이 연기한 유상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실제로 마주쳤을 법한 사람 같았습니다. 말투 하나, 담배 피우는 각도, 아버지 앞에서 살짝 쭈그러드는 눈빛까지. 양아치 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체감이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유상환은 19살에 삥을 뜯고 일수꾼을 살해한 혐의로 소년원에 들어가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인물을 보며 단순한 악인으로 읽..